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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서 가장 짜릿한 순간을 만끽하세요! ”

 

 

 

 

감자는 손에 들린 티켓을 달랑달랑 흔들었다. 

짜릿하긴 짜릿했지, 이 최감자도 놀랐을 정도로 말이야! 티켓 위에 적혀 있던 글씨를 읽어내며 고개를 깊이 

끄덕였다. 다시 생각해봐도 머리칼이 쭈뼛 서버리고 등줄기가 서늘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특별한 듯 특별할 것 없는 날이었다. 당근과 레이, 고기와 감자는 ‘우연히’ 공강날이 겹친 것뿐이었고, 

당근은 ‘우연히’ 시리얼 뒷면의 참여 이벤트에 당첨이 되었고, 그 당첨 상품이 우연히! 최근 호평이 가득한 

인기 어트랙션, ‘폐쇄 병동’의 티켓이었던 것뿐이었다. 이런 운수 좋은 날은 흔히들 있지 않은가? 물론 많은 

‘우연’이 겹치기야 했지만,이런 일쯤이야 전국을 뒤져보면 그렇게 특별할 것도 없을 일이었다. 

그래. 그들은 딱 그 정도의 감상이었을 터였다. 

그래서 이벤트에 당첨됐던 당근도, 공짜 티켓이라면 기꺼이 방문해줘야겠다 생각했던 레이도, 겁이 나냐는 

도발에 잘 설득 당한 고기도, 그리고 그저 인기 어트랙션을 공짜로 방문할 수 있어 신났던 감자가, 모두 동물 

머리띠를 쓴 채로 그 험난했던 폐쇄 병동 안을 뛰어다녔던 것이다.

 

어느새 침대에 벌러덩 누워버린 감자가 몸을 대(大)자로 벌리고 작게 키득였다. 

그러고 보니 시작만 동물이었지, 마지막에 누군가는 간호사 옷까지 입어버렸더랬다. 웃음을 멈추고 잠시 

생각해보면 심각한 상황이었던 것에 비해, 당시에는 꽤 가볍게 행동했던 것 같기도 했다. 

아니, 겁이 났기 때문에 더 태연히 행동했던 건가? 감자는 크게 눈을 끔뻑였다가 데굴, 몸을 반바퀴 돌려 

베개에 얼굴을 묻었다. 어트랙션에 입장하자마자 겪었던 당황스러움이 아직도 생생하게 느껴졌다. 

당연히 세트장이라 생각했던 장소가 순식간에 어느 순간 실존했던 병동으로 변해버렸다. 처음에는 착각인가 

싶었는데, 그 안을 돌아다니면 돌아다닐수록 우리가 겪고 있는 일이 현실이라는 점에 숨이 막혀오는 기분까지

들었다. 그토록 많은 시체를 실제로 마주했던 것도 처음이었고, 떠올리기도 섬뜩한 모습의 거대한 괴물을 

마주했던 것도, 턱 끝까지 숨차게 달음박질을 하는가 하면, 숨이 멎을 듯 기척을 죽여 몸을 숨겼던 것도

 그 때가 처음이었다. 감자는 그때서야 인간이 거대한 두려움을 직접 마주하면 말 한마디 내뱉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세상천지 용기만 있다면 두려움 따위 쉽게 이겨낼 수 있다고, 어트랙션에 입장했을 당시까지만 해도 위풍당당한 자태를 뽐냈었는데 말이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딱 그 꼴이었다. 

어쩐지 자존심이 상해 볼을 부풀렸다가 금방 푸우, 하고 숨을 내뱉었다. 뭐 꼭 나만 그랬던 것도 아니고. 

레이는 나중에 우리가 겪었던 일들에 대해 드문드문 다르게 기억을 했고, 고기는 당시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고도 했으니까. 가장 이성적으로 탈출구를 모색했을 것 같았던 당근마저 사건을 해결하기보다는 체념하기에 

가까웠으니 나은 양반이었다며, 감자는 자신을 합리화했다. 

 

하여, 결과적으로는 어떻게 되었느냐. 보다시피 그 넷은 모두 건강히 현실로 돌아왔다. 

폐병원을 샅샅이 뒤져 그 말도 안 되는 폐병동에서 탈출을 해냈다는 이야기이다. 괴물을 눈을 벗어나, 천사를

만들기도 하고, 알지도 못하는 신을 위해 제물을 바쳐 기도를 올리기도 했다. 

그 날 보았던 문구 그대로 ‘있지도 않은 천사에게 기도하는 꼴’이 얼마나 우스워보였을지.

 

하지만 중요한 건, 어찌 되었든 그들은 살아남았다는 사실이다. 얼굴 한 번 마주한 적 없는 누군가가 그토록 

바랐던 생존을, 우리들은 얻어냈다는 사실이. 기도실에 봉했던 자신의 동료도, 그리고 그의 무사를 바라며 

기도를 올렸던 바깥의 사람들도 모두, 그 어느 누구하나 천사가 되어 사라지지 않았다. 그게 중요했다. 

살아있는 한, 어떤 일이든 해낼 수 있는 게 인간이라고도 하던데. 사실 감자는 자신의 친구들이 어떤 일이든 

해낸다기보단, 생존본능으로 어떻게든 버텨나가는 사람들이라고도 생각했지만,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았다. 

이제는 그 괴물 같은 것들도, 소독약 냄새로 얼룩져있던 그 곳은 꿈결 한 구석에 밀어 넣을 수 있는 환상과도 

같은 것이 되었으니까. 우리들은 그 일을 극복해냈으니까.

 

무사히 돌아왔음에 감사하며, 감자는 그 티켓을 제 일기장에 끼워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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