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킹슬리 가의 여러분.

​

   그리고 이 장례식에 방문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는 말부터 해야 맞겠지. 아니… 그래.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흐흐……. 이해 좀 해주시죠. 이런 자리에 나오는 게 익숙하지 않아서….

아시잖습니까? 두 발로 서서 걸을 수 있게 된 이후로 떠돌이 개마냥 여기저기 던져졌단 걸.

​

   그런 눈으로 볼 건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이 자리에 선 지금조차 절 마음에 안 들어하는 얼굴들이

한가득이니까. 하지만 당신네들도 별 수 없단 걸 알고 계시겠죠. 그러게 미리미리 유언장을 조작하지

그랬습니까? 아… 농담. 너무 그런 표정 마시고. 쉿. 엄숙한 장례식에 목소리를 높여서야 쓰나. 조용히.

조용히. 그 입 다물…….

​

   조용히들 하고. 떠드는 소리가 관까지 닿을까 무섭군.

​

   알겠습니다. 알겠다니까… 나도 제대로 하겠다고. 그러니 모두 입 다물, 정숙해주시고, 고인에 대한 추도사를 잘 들어주시면 아아주 감사하겠어. 저와 가장 가까운 가족이었던 아스더 삼촌께서는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일에 대해 아주, 지극히, 진심으로 유감을 표합니다. 그 분께서 남긴 유언장을 보고 저도 놀랐습니다. 그대로 옮겨오죠. ‘나의 장례식에는 반드시 제본 킹슬리가 추도사를 읊었으면 한다.’

 

   흐흐……. 이런, 이런. 빼도 박도 못하게 됐지 뭡니까. 귀하신 여러분께서도. 그리고 나도. 꼼짝없이

아스더 삼촌을 보내야만 하게 됐군요. 삼촌께서도 본인의 장례식 날 개 짖는 소리가 이렇게 크게 들릴 줄은 모르셨을 텐데. 알았다면 뭐라고 하셨을지, 정말로 궁금하군….

​

   여러분도 잘 아시다시피 아스더 삼촌께서는 훌륭한 분이셨습니다. 가문의 이름을 드높이고 명예를 숭고히 만드셨죠. 그리고 지금, 여러분께서 보고 계신 것처럼. 저 같은 개새끼……

​

   아, 말실수. 흐흐… 실수라니까? 계속하죠. 여러분께서 보고 계신 것처럼, 저 같은 망나니도, 거두어 주셨죠. 살면서 늘 그분에게 감사하며 지냈습니다. 제가 제대로 땅에 발을 붙이고 있는 건 전부 아스더 삼촌 덕이니까요. 여러분은 어떠실지 모르겠습니다만. 아스더 삼촌께서는 밤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빛이 있다면 반드시 어둠이 있는 법이죠. 태양이 있으면 그림자가 생기니. 세상 모든 일이 그렇고

이 런던도 그렇습니다. 그림자가 세상에 숨는 가장 쉬운 방법은 불을 끄는 겁니다. 

밤이면 그림자도, 어둠도, 전부 한데 뭉쳐져…… 구분할 수 없게 되니까. 아스더 삼촌께서는 불을 끄는 방법도. 또 불을 켜는 방법도. 그림자를 녹이는 방법도… 알고 계셨기 때문에. 그분이 없었다면 전 빛 아래

서있을 수 없었을 겁니다.

​

   처음 추도사를 준비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삼촌께서 제게 추도사를 맡기신 이유가 뭔지 생각해봤습니다. 오래 고민했지만 깨닫고 나니 정말, 정말… 간단하더군요. 흐흐… 생각 좀 해 보세요. 여러분이라면. 만약에 여러분이 화가거나 조각가라면, 벽화공이나 도기 장인이라면. 생명이 꺼져가는 순간에.

 

유작을 남기고 싶지 않겠습니까.

​

흐흐…… 아, 하하…….

​

…….

​

   친애하는 아스더 삼촌의 죽음에 진심으로 애도를 표합니다. 관 안, 그리고 하늘 위에 잠들어 있을 그의

영혼에게 이 추도사를 바칩니다. 나는 결단코, 절대로, 절대로… 당신을 잊을 수 없을 겁니다. 당신에게서 벗어날 수 없을 겁니다. 당신은 이미 죽었음에도. 당신은 죽고 나서도 말 한마디로 날 여기에 세웠지 않습니까. 수많은 사람. 촛불. 스테인드글라스, 꽃, 장례식, 숨 막혀… 지금 이 순간마저도 당신은 거대합니다.

난 당신을 한 순간도…….

​

   똑바로 쳐다보지 못했지. 그건 내 문제일지도 모르겠군. 아니, 제 문제일 겁니다. 전 골칫덩이가 아닙니까. 슬슬 끝내지 않으면 따가운 눈총을 받을 것 같으니 마무리해 볼까요. 아스더 삼촌. 편히 잠드시길.

상투적으로 말은 하겠습니다. 하지만 저만은 압니다. 당신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당신은 그저 편히 잠들어 세상에서 사라지기를 바라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그래서 저를 이 자리에 세우신 게 아닙니까.

그러니 당신이 바라시는 대로 하겠습니다. 이렇게 충실한 저를… 바라실 테니까…….

​

      나 제본 킹슬리는.

​

      킹슬리 가의 오점. 망자의 개. 그리고,

​

      아스더 킹슬리의 유작.

 

      나라는 존재를 전부 쏟아,

​

      당신을 애도합니다.

 

 

Jevo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