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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애쉬의 기일이면 비가 온다는 걸 기억하고 계시잖습니까.”

 

“하하….”

엘리스가 고개를 숙이며 웃고는 한숨처럼 속삭였다. 

 

알고 있었어? 그 이야기인 거. 모를 리가요. 그래. 네가 모를 리 없지. 네가 모를 리 없지…. 

 

한 번 더 중얼거리고 고개를 들자 하워드의 옆얼굴이 보였다. 

한쪽 눈을 덮은 상처가 어둠 속에서도 번들거렸다.

그 일에 대해 제대로 물어본 적은 없다. 어렴풋이 짐작만 했을 뿐이다. 

묻고 싶지 않은 건 아니었지만. 모든 걸 들을 수 없다는 것쯤은 예전부터 알고 있었다. 

“날이 밝으면 묘지에 가자.”

“그러죠.”

“꽃도 두고.”

“가게에 들러야겠군요.”

“그래. 근처에 작년에 갔던 곳이 있으니까.”

운전 조심해. 비가 도무지… 그칠 것 같지 않으니 말야. 

하워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쾅! 다시 천둥이 쳤다. 이번에는 놀라지 않았다.

 

꿈에서 깨지도 않았고 무언가를 잊어버리지도 않았다. 

그냥 어두운 방에서 누군가를 생각하며 비 내리는 창밖을 내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엘리스가 하워드를 흘긋 보았다가 눈을 깜빡이며 시선을 돌렸다. 

곁에 있는 사람도 분명 같은 생각을 하리란 확신이 있었다. 그건 언제나 위안이 되었다.

 

 두 사람은 한참동안 말이 없었다. 

좀처럼 잦아들 것 같지 않던 어둠이 한쪽에서 희끄무레하게 걷히고 있었다. 

엘리스 테일러 휴갈

하워드 테일러 쓩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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